[기타] 밀양이 호소합니다

[밀양 송전탑 분석] 원전과 송전탑 그리고 정부의 거짓말 [오마이뉴스 2013.12.1]

 

경상남도 밀양은 8년째 전쟁 중이다.

 

그동안 여러 번의 협상 노력이 좌절되면서 정부는 물리력을 동원해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고, 고령의 주민들은 자신의 삶의 공간을 가로지르는 송전탑을 막고자 필사적인 저항을 하고 있다.

 

주민들과 시민사회 단체는 초고압 송전탑의 불필요함을 계속 지적하고 있지만, 정부는 앞뒤가 맞지 않는 거짓말을 앞세우며 이를 무시하고 있다.

 

송전탑 건설 반대는 지역 이기주의인가? 아니면 수십 년을 한 곳에서 살아온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인가?

 

이에 오마이TV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함께 주민들이 밀양 송전탑을 반대하는 이유와 송전탑 건설 공사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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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송전탑 세 번째 자살 기도 사태를 지나며,

밀양 주민들이 사회 각계에 드리는 호소문 


 1.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오고 가슴이 용두질칩니다. 세 번째,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술만 마셨고, 약은 먹지 않았다는 경찰의 이야기를 믿고 안심했다가, 그때 구급대를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산으로 올려 보내지 않았다면, 밀양병원에서 억지로라도 위세척을 시키지 않았더라면, 권아무개님이 어찌되었을까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합니다.

 

2. 지난 주 화요일(12월 2일) 고 유한숙 어르신이 음독하시고, 어르신이 운명(12월 6일)하신 이후, 시민분향소를 차리는 과정에서 경찰에게 천막이 찢기고 다 부서지고, 웃통을 벗어 항의하는 할머니가 발길질을 당하고, 찬바람 속에서 펄럭이는 비닐 아래서 노숙이 시작되었고, 1주일이 지났습니다. 경찰의 사과 한 마디 없었습니다. 경찰과 밀양시청 공무원들은 비가 내려 습기가 올라오는 분향소에 반입하려는 빠레트조차 반입하는 것을 막아섰습니다.

 

3. 밀양 주민들은 벌써 76일째, 전쟁보다 더한 나날을 지내오고 있습니다. 그 사이, 56명이 병원으로 실려 갔고, 그 중에 한 분은 뇌출혈로 투병 중이시고, 다른 한분은 돌아가셨고, 권아무개님은 지금 중환자실에 누워 있습니다. 경찰은 모든 현장에서 끔찍하고 잔인하리만치 어르신들을 제압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두 번째의 죽음 이후 1주일만에 벌어진 자살 기도에 주민들은 패닉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4. 열흘만에 중단되었던 지난 5월 공사 직후인 2013년 6월, 보건의료단체연합 소속 의료인들이 밀양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진단을 한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밀양 송전탑 주민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고위험군이 무려 69.6%나 나왔습니다. 9·11테러를 겪은 미국시민들의 4배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하였습니다. 매우 심한 우울증 17.7%, 매우 심한 불안증 30.4%, 매우 심한 공포증 29.1%였습니다.

 

5. 지금은 5월 공사 때의 열흘이 아니라, 76일째입니다. 그 사이에 두 분이 목숨을 끊거나, 끊으려 하였습니다. 지금 밀양 주민들의 심리 상태는 최악의 수준입니다. 5월 공사 때는 경찰과의 갈등은 미미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경찰이 사사건건 모든 일상을 통제하고, 여기저기서 경찰의 엄호 아래 송전탑 공사가 속속들이 진행되고, 헬기가 정신없이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하루가 멀다 하고 주민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6. 우리는 두렵습니다. 두렵고, 또 두렵습니다. 간곡히 호소합니다. 먼저, 정부와 한전 관계자들에게 호소합니다. 이제 제발 그만해 주십시오. 다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국가의 존재이유까지 묻지는 않겠습니다. 밀양 송전탑 공사를 당장 중단하십시오. 그리고 주민들끼리 서로 원수처럼 싸우게 만들고 있는 악마의 책략과 같은 개별보상금 지급 행위를 당장 그만두어 주십시오. 이대로 공사를 더 진행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과의 대화의 장으로 나와 주십시오.

 

7. 정치권에게 호소합니다. 밀양 송전탑 공사는 시작 당시 명분으로 삼았던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호기 2014년 8월 준공이 2년 이상 뒤로 밀리면서 이미 명분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서 지금 주민들은 죽음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습니다. 국가권력의 폭압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조정하고 타협점을 찾는 것이 정치의 역할입니다. 지금 밀양의 현실만 놓고 본다면, 이것은 정치의 실종을 넘어 정치의 파탄입니다. 밀양 현장에 내려와서 상황을 파악해 주십시오. 그리고 정부와 한전에게 공사 중단을 요청하고 대화의 마당을 열어주십시오.

 

8. 언론에게 호소합니다. 밀양 송전탑 현장에서 취재기자를 만나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대책위가 배포하는 보도자료와 경찰자료만을 바탕으로 표피적인 사건들의 추이만을 전달하고 있을 뿐입니다. 공중파 방송과 보수언론에게 밀양 송전탑은 지금 완벽하게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지금 어떤 마음 상태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지 그 절망과 터질 것 같은 분노의 목소리를 담아주십시오. 그리고 사태가 왜 이 지경이 되어 가는지 심층을 분석해 주십시오. 사람 목숨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습니다. 보수언론, 공중파 방송의 끔찍한 외면과 매도 속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9. 종교인들에게 호소합니다. 밀양 현장으로 달려와서 주민들을 위로하고 다독여 주십시오. 지금 주민들은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예민함으로, 한전의 개별보상금 지급 음모 속에서 서로 다투고, 쉴새없이 자행되는 공사와 공권력의 철벽같은 몽매한 폭력 속에서, 어디 기댈 데가 없어 하루하루 낙심하고 지쳐가고 있습니다.

 

10. 특별히 인간의 심리와 치료를 다루는 의료인들에게 호소합니다. 지금 밀양 현장의 주민들의 심리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하여 주십시오. 놀라운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집단도미노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심리 전문가, 마음치료 전문가들이 밀양에는 절실합니다. 밀양으로 달려와 주십시오.

 

11. 국민들에게 호소합니다.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합니다. 살던 곳에서 이웃들과 편안하게 노후를 맞이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것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9년 동안의 갈등, 13차례의 공사 중단과 재개, 그리고 이번 10월 이후 76일간의 엄청난 탄압 속에서 주민들은 벼랑 끝에 내몰려 있습니다. 제발, 밀양 주민들의 고통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정부와 한전을 향해 '이제 그만!'을 외쳐 주십시오.

 

2013.12.14.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http://my765kvout.tistory.com/)

 

 

[숙명여대 08 김수진, 박솔희, 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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