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흔들리는 철도' - KBS [시사기획 창]

 

시사기획 창

흔들리는 철도

■ 방송일시 : 9월 17일 (화) 오후 10시, 1TV

■ 취재 : 최형원 기자 / 촬영 : 정현석 기자

 

  기획의도
  지난달 31일 대구역 열차 사고는 우리 철도 산업의 총체적인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이런 철도 시스템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코레일은 현재 부채 비율 400%가 넘는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해있다. 결국 정부가 KTX 경쟁 체제 도입을 골자로 한 철도 산업 개편에 나섰지만 과연 경쟁 체제가 철도 산업을 되살릴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우리 철도 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빠진 원인을 짚어보고 정부의 철도 산업 개편 정책에는 문제가 없는지 취재했다.

 

  주요 내용
   ○ 위기의 철도 산업…경쟁이 해법?
   지난달 31일 발생한 대구역 열차 3중 충돌 사고는 인적 과실과 안전 시스템의 마비가 불러온 최악의 사고였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누적 부채 15조 원을 넘어서는 심각한 경영 위기에 놓인 코레일이 무리한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승객의 생명과 직결되는 열차 안전조차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KTX 운영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코레일의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를 유도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오는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KTX 노선 운영을 코레일이 아닌 제2의 사업자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경쟁 체제가 과연 철도 산업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까?

 

   ○ 경쟁 효과, 정말 있나?
   국토부가 KTX 경쟁 체제의 가장 큰 효과로 내세우는 것은 바로 요금 인하이다. 제2사업자가 운영하게 될 수서발 KTX 요금을 10% 낮추면 자연스럽게 경쟁이 발생해 코레일의 KTX 요금도 인하하는 압력으로 작용해 전체 철도 요금이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코레일의 유일한 흑자 사업 부문인 KTX를 분할할 경우 경영 위기가 오히려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경영 부실이 심화되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또 수서발 KTX 운영사 설립으로 철도 서비스가 향상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서울발 KTX와 수서발 KTX는 출발 지점은 다르지만 평택에서 합류해 전체의 80% 정도 구간을 같은 기종의 열차로 운행하게 돼 열차 속도와 소요 시간, 서비스 등에서 차별화를 통한 경쟁이 일어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의견도 있다. 경쟁 체제를 통해 KTX 요금을 인하하고 서비스는 향상시키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 검증했다. 

 

   ○ 경쟁 체제 20년, 영국 철도의 현재는?
   취재진은 20여 년 전 분할 민영화를 통해 전면적인 철도 경쟁 체제를 도입한 영국의 사례를 심층 취재했다. 현재 15개 민간 회사가 주요 노선에서 여객 열차를 운행하는 영국에서는 현재 요금 인상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민영화 이후 철도 요금이 약 200%, 지난 5년 동안에는 40%가 올랐기 때문이다. 10여개 민간 회사가 철도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각각 노선을 분할해 운영하다 보니 경쟁보다는 지역별 독점 구조가 강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경쟁 체제 도입 이후 정차 횟수가 줄거나 아예 폐쇄된 역이 영국 전역에서 약 1,200곳에 달하는 등 철도 회사들이 수익성에만 메달려 공공성을 훼손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철도 산업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반복되는 열차 사고에도 이를 예방하지 못하는 후진적인 시스템, 시민들은 언제까지 불안한 열차를 타야 하는지 묻고 있다. 그러나 고속철도 건설비 등 부채 30조원과 연간 수천억 원의 적자에 시달리는 우리 철도 산업은 이런 사고를 방지할 역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경쟁 체제가 이런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경쟁이 독점보다 낫다는 단순논리경영 합리화 명분 속에 숨겨진 위험은 없는지 짚어봐야 한다. 무엇보다 종합 네트워크 산업인 철도 산업의 특성상 한번 정책 방향이 결정되면 되돌리기 힘든 만큼 정부가 다양한 의견에 귀를 열고 열린 모색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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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철도 민영화 그후…그들은 안녕하지 못했다 [한겨레 2013.12.24]

 

일본철도1.JPG

지난 2011년 5월27일 일본 철도회사 제이아르(JR)홋카이도의 세키쇼선에서 열차 탈선·화재 사고로 78명이 다쳤다. 사진은 사고 뒤 회사 관계자들이 사고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이다. JR홋카이도 누리집 화면 갈무리

 

적자 이유로 26년 전 민영화
고용승계 안된 6만여명 짐싸
JR 홋카이도 ‘사고철’로 악명
대도시 알짜노선 잡은 회사와
지역노선 회사 양극화도 극심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분리 방안을 두고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거듭 발표하고 있지만, 최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철도노조는 믿지 않고 있다. 일반 여론에서도 ‘민영화로 받아들인다’는 의견이 많다.


이웃나라 일본은 1987년 막대한 누적적자를 이유로 ‘일본국유철도’(국철)를 6개의 여객회사와 1개의 화물회사로 쪼갰다. 국철 민영화 단행 이후 26년이 흐른 일본 철도의 현실을 짚어봤다. 대도시 노선을 확보한 회사와 인구가 적은 지역 재래 노선을 운영하는 회사 사이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극심한 인력감축과 시설 노후화로 안전사고도 빈발하고 있었다.


“민영화가 이뤄질 때 1만4000여명이던 (JR홋카이도의) 직원이 6800명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특별열차의 운행 수는 2배로 늘었다. (중략) 노선 보수 작업을 외주·하청으로 돌려 경험이 없는 미숙련 노동자들을 현장에 보내고 있다.”(<주간 신사회>)


지난 9월19일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선 오누마역에서 화물열차의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처음엔 부상자가 없어서 평범한 열차 사고로 여겨졌다. 그러나 곧 일본 철도 역사에 길이 남을 스캔들로 발전한다. 이후 진행된 홋카이도 지역의 철도를 운영하는 제이아르(JR)홋카이도 관리 노선 전체에 대한 조사에서 이 회사가 철로 수백곳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열차를 운행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 이후 일본 국토교통성은 제이아르홋카이도를 상대로 특별보안감사를 벌이고 있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회사의 처사를 “악질적”이라고 비난했다. 이 회사는 불과 2년 전인 2011년 5월 78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세키쇼선 탈선·화재 사고를 일으킨 적도 있었다. 게다가 지난 12일엔 현장 직원이 9월 사고 직후 철로 이상을 방치한 채 운행한 사실을 감추려고 점검 수치를 변조한 사실까지 확인돼 이 회사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다. 한번의 실수가 아니라 ‘안전 불감증’이 조직 전체에 뿌리 박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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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일본 진보진영이 내놓은 해답은 1987년 4월 단행된 ‘철도 민영화’였다. 일본 신사회당의 기관지인 <주간 신사회>는 지난 10월 이 사건에 대해 “현장에선 선로가 (원래 있어야 하는 자리에서) 4㎝ 가까이 벗어나도 인원과 예산의 여유가 없어 1년이나 수리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민영화 이후 극단적인 채용 억제와 인원 삭감의 결과 (현장에서 중간관리자 구실을 해야 하는) 40대 직원이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주류 언론의 분석도 비슷했다. <아사히신문>은 10월5일치에서 철도 민영화의 상처 탓에 본사와 현장 노동자 사이에 의사소통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2005년 이후 100억엔대이던 설비투자 예산이 경영 악화로 2010년도에 58억엔으로 줄었다. 노선을 보수하려 해도 돈이 없고, 현장에서 ‘보수해야 한다’고 해도 ‘시끄러운 녀석’이라는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는 회사 내 분위기를 전했다. 철도 민영화의 여파가 일본 철도의 안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한국의 코레일에 해당하는 일본의 ‘일본국유철도’(국철)는 1949년 공사로 출범했다. 그러나 자동차 보급 등의 여파로 1964년부터 적자가 계속됐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은 1987년 4월 국철을 제이아르 홋카이도, 제이아르 히가시니혼(동일본), 제이아르 도카이, 제이아르 니시니혼(서일본), 제이아르 시코쿠, 제이아르 규슈 등 6개 여객회사와 한개의 화물회사로 쪼개는 것을 뼈대로 하는 민영화를 단행했다. 당시 나카소네가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37조1000억엔에 달한 국철의 누적적자였다.


그로부터 26년 넘게 흐른 지금 일본의 철도는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대도시를 잇는 신칸센 등 알짜 노선을 확보한 혼슈의 3개 회사와 지역의 재래 노선을 운영하는 제이아르 홋카이도 등 기타 3개 회사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2012년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제이아르 히가시니혼이 3228억엔, 나고야시 등을 품고 있는 제이아르 도카이가 3991억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인구가 적고 지역이 넒은 제이아르 홋카이도는 309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제이아르 홋카이도의 경우 돈이 없다 보니 한동안 신규 채용을 하지 못해 전체 직원 가운데 50대 이상이 37.7%인데, 현장의 책임자로 일해야 할 40대는 9.5%에 불과하다. 노선 1㎞당 직원 수를 봐도 제이아르 홋카이도가 2.72명인데 제이아르 도카이는 그보다 3배 많은 9.18명이다. 철도 민영화의 결과로 “순조롭게 이익을 얻는 혼슈의 3사와 지방의 3사 사이의 격차 문제가 생겨났다”고 <아사히신문>이 지적했다.


철도 민영화가 일본 사회의 다른 영역에 끼친 영향도 만만치 않다. 민영화 직전인 1986년 27만7000명이던 국철 직원 가운데 민영화된 회사로 고용이 승계된 이들은 21만명뿐이다. 그 때문에 4만8000명은 희망퇴직을 했고, 2만명은 다른 민간기업에 취직했다. 사회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일본노동조합평의회(총평)의 중심인 국철 노조의 몰락은 자민당과 함께 2차대전 이후 ‘55년 체제’의 한 축을 맡아온 사회당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국철 민영화를 단행한 나카소네는 2005년 <엔에이치케이>(NHK)에 나와 “국철 노조가 (사회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총평의 중심이었고, 민영화의 목적은 이 국철 노조를 분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다만 세계 각국의 공공서비스 민영화 이후 거의 예외없이 나타난 급격한 요금인상은 일본 철도 민영화에선 관찰되지 않았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누리집에 게시해 놓은 자료 ‘철도개혁에 관해’에 나오는 대로, 민영화 직전 해마다 요금이 인상된 탓에 1980년의 요금을 100으로 산정할 때 1986년의 요금이 138까지 폭등한 탓이다. 이후 1997년엔 소비세 인상을 빼고 특별한 요금인상은 없었다. 일본의 거품경제가 꺼진 1980년대 말 이후 ‘잃어버린 20년’ 동안 진행된 디플레이션 탓으로 풀이된다. 같은 거리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일본 철도 요금이 한국보다 이미 3~4배 비싸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국제사회학과 교수는 “홋카이도는 날씨가 매우 추워서 철로의 침목이 금방 썩어 20년마다 교체해야 한다. 사기업이 채산성을 유지하기 불가능한 지역”이라며 “국가가 절대 민영화하면 안 되는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해 놓고 그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홋카이도는 한국의 강원도나 서울 근교와 날씨가 비슷하거나 더 춥다. 함부로 민영화하면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홋카이도의 경험에서 한국 사회가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기사원문 :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6169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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